
로봇이 공장에 들어오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무거운 휴머노이드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작업복처럼 입는 로봇이 먼저 현장에 스며들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창업기업 사르텍소가 2026년 11월 5일 공개한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바이오닉 슈트'가 그 신호탄이다. 모터도, 금속 프레임도 없다. 옷감 자체가 힘을 낸다.
'근육옷감'이란 무엇인가
바이오닉 슈트의 핵심은 머리카락보다 가는 형상기억합금 와이어를 코일 형태의 실로 만들어 옷감처럼 직조한 '근육옷감'이다. 숫자가 인상적이다. 근육옷감 10g이 최대 10~15kg을 들어 올린다. 자체 무게의 최대 1,500배에 이르는 힘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허리 보조용 '바이오닉 슈트 웨이스트'는 배터리와 제어기를 포함해도 무게가 1.3kg에 불과하고, 허리·어깨·팔꿈치를 함께 보조하는 통합형 '바이오닉 슈트 풀'도 1.8kg 이하다. 기존 웨어러블 로봇이 외골격 프레임과 모터 때문에 '입는 기계'에 가까웠다면, 이건 진짜 '입는 옷'에 가깝다. 가격도 허리 보조용 기준 100만 원 이하부터 100만 원 중반대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웨어러블 로봇의 대중화를 내건 목표와 맞닿아 있다.
왜 지금, 왜 공장인가
사르텍소는 물류·건설·제조업 등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이 필요한 산업현장을 우선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양산 기반도 이미 마련했다. 근육옷감을 연속 생산하는 자동직조 기술을 도입해 수작업 중심이던 제작 공정을 자동화했다.
7년차 현장 엔지니어로서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현장에서 로봇 도입이 막히는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착용감과 가격'인 경우가 많다. 무거운 외골격은 한 시간만 차도 작업자가 벗어버린다. 1.3kg짜리 옷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휴머노이드가 공장에 들어오기 전, 사람의 몸에 붙는 로봇이 먼저 들어오는 게 순서일 수 있다.
그래서 뭘 하면 되나
첫째, 근력 보조가 필요한 공정을 '작업' 단위가 아니라 '동작' 단위로 나눠본다. 허리를 굽히는 횟수, 드는 무게, 반복 주기가 숫자로 나오면 도입 검토가 시작된다. 둘째, 파일럿은 한 라인, 한 교대부터 작게 시작한다. 셋째, 착용자의 피로도·작업 속도 변화를 도입 전후로 직접 재본다. 숫자가 없으면 확산은 없다.
로보월드 2026(11월 4~7일, 킨텍스)이 보여준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거대한 휴머노이드 전시 뒤에서, 실제로 현장에 먼저 들어갈 기술은 이렇게 가볍고 조용한 쪽일지 모른다. 로봇의 미래가 꼭 사람 모양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옷 모양이다.
출처: 아시아경제(2026-11-05) "모터 대신 '근육옷감'…입는 로봇 상용화 나선다", 머니투데이(2026-11-05) "진짜 옷처럼 입는 로봇 나왔다…'1500배' 힘 내는 근육옷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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